여수여행후기
- 금오도 비렁길
- 기간2022.07.21 ~ 2022.08.03
- 키워드비렁길
- 등록자최경호
- 등록일2022-08-07 22: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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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금오도 비렁길
여수에서 출발한 지 1시간 만에 도착한 곳은 개도였다.
승선원 8명 중 6명이 개도 화산항에서 내리고, 이제 배에 탄 승선원은 나하고 40대 지역민이다.
그렇다면, 비렁길은 나 혼자 여행이다.
금오도 함구미선착장에 도착하니 7시 45분이었다.
나는 비렁길에 혼자다. 비렁은 벼랑의 전라도 사투리였다.
1코스 종점 두포까지는 5km, 2코스 직포까지는 8.5km였다.
금오도 비렁길은 자연의 여러 가지를 모은 길이었다.
내가 비렁길을 걸으면서 빼어난 자연에 빠졌는지 아니면 생각이 깊었는지, 지난 시간에 함께 길을 걸었던 친구와 길벗을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잠시 1코스에서 길을 잃고 30여 분을 헤맸다.
아침 식사를 인절미 몇 개로 해결했으니 배는 고프고, 온몸에서 땀은 흐르고, 어젯밤 잠을 설친 몸이 더욱더 지쳐왔다.
1코스 종점 두포에 도착하니 10시가 넘었다. 내 마음은 앞으로 가고 다리는 움직이지 않는다.
금오도 비렁길 2코스인 두포부터 3코스 시작점인 직포까지는 3.5km였다.
그곳에서 도보여행하는 세 사람을 만났다. 여수에 사는 부부와 서울 금천구에서 피부미용업을 하는 오십 대였다.
혼자 걸을 때보다 한결 마음이 편하다.
그들은 내게 혼자 여행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내가 가보고 싶은 곳을 여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부는 오늘 3코스에서 숙박한다며 내게 먼저 가라고 했다. 50대 여성은 내가 듣는 음악방송을 듣고 있었다. 책 읽는 것도 즐기는 것 같았다.
둘이 자연을 얘기하며 걷다 보니 3코스 직포까지 편하게 걸었다.
금오도 비렁길 3코스 직포부터 4코스 시작점인 학동까지는 3.2km이다.
온몸에서 빠져나온 땀이 옷을 적시더니 다시 몸에 배는 느낌이 들 정도로 끈적거렸다.
배낭에 챙긴 생수 3병 중 2병을 마셨는데도 갈증이 심했다. 한 병은 비상용으로 배낭 깊숙한 곳에 찔러 넣었다.
함께 걷던 금천구 여성은 잘 걷더니 반바지 입은 다리에 모기가 공습해오고, 풀이 다리에 쓸리는 게 견딜 수 없었는지,
에메랄드빛 바닷물 속으로 다이빙하고 싶다며 내 뒤로 쳐졌다.
그는 5코스까지 걸으려던 마음이 언제부터인가 갈등을 일으켰는지 보이지 않는다.
학동에 도착하니 한 접시 쉼터가 보였다. 나는 쉼터로 들어가서는 시원한 물부터 찾고는 전복라면을 주문했다.
전복라면이 6천 원이었는데, 나는 전복 한 개를 더 추가하고 막걸리 한 병을 주문했다.
금오도는 방풍나물이 유명하다.
이곳으로 오다가 방풍나물을 재배하는 것을 보았으니, 방풍 막걸리를 마시지 않으면 금오도 비렁길을 걷지 않은 것 이닌가.
이미, 나는 학동에 도착하기 전에 5코스 장사에서부터 걸어온 사람들에게 5코스 경관과 길 상태를 묻고는
별로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감지하고는 4코스까지만 걷고 우학리 선착장에서 여수로 가는 배를 탈 생각이었다.
그러니, 마음 편히 막걸리 마시고 금오도 비렁길 도보 여행을 마감하려다가. 불현듯 내가 다시 금오도 비렁길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5코스 장지까지 남은 거리는 3.3km였다.
그리고 여수로 운행하는 페리호를 타려면 장지에서 안도까지 20여 분을 더 걸어야 했다.
나는 지쳐있는 몸 상태를 걱정했다. 50대였으면 이 정도 거리는 문제가 아니었지만, 지금의 나는 허리디스크를 수술했던 60대 아닌가.
그런데 나는 내가 생각해도 못 말리는 청춘이다. 나는 걸음을 급히 서두르며 걷기 시작했다.
막걸리 마신 몸이 가끔 비틀거리고 갈증으로 목은 마르기 시작했다.
나는 조르바처럼 음악에 맞춰 춤추며 경보 수준으로 장지로 향했다.
가끔 전망대에서 비렁(벼랑)을 보고, 수평선을 향해 "최경호는 아직 살아있다"라고 외쳤다.
내가 나에 대한 용기를 북돋아 주고 해 낼 수 있다는 마음을 심어주는 나만의 외침이었다.
나는 오후 4시에 금오도 비렁길 5코스 종점인 장지에 도착했다. 저 멀리 안도대교가 보였다.
여수로 가는 배 시간은 4시 40분이니 지금까지 걸었던 속도이면 안도선착장에 도착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였지만, 땡볕의 날카로움이 내 몸을 난도질했다.
그런데 승용차가 내 주위에서 시동을 걸고 있었다.
금오도 비렁길 종점인 장지에서 안도대교 위에 내리꽂히는 햇빛이 내 몸으로 들어왔다.
장지에서 대교까지는 1km였다. 그리고 대교에서 안도선착장까지도 1km. 그렇다면 지친 내 몸으로 걸어서는 배 시간에 맞출 수 없을 것 같았다.
옆에서 움직이기 시작한 차량에 손을 들었다. 차에는 세 명이 타고 있었는데, 짐이 꽤 있었다.
젊은이들은 내가 배를 타지 못할 것을 감지했는지 짐을 트렁크에 정리하고 나를 안도선착장까지 태워 주었다.
나는 해 보지도 않고 상대방이 거절할 것이라고 미리 예단하지 않는다.
아산시에서 낚시하러 온 그들이 내 부탁을 들어 주어서 나는 비렁길 18.5km 전 코스를 무사히 완주하고 여수로 올 수 있었다.
아침에 떡집에서 산 빵은 봉투 그대로 안도에 사는 분들께 드렸다.
2017년 안도에 사는 분이 여순사건 피해자로 인정되었다는 표지석이 보였다.
안도를 출발한 지 1시간 30분이 되어 여수항으로 들어오니 지쳐있던 몸에 피가 돌기 시작한다.
오늘 땀을 억수로 흘린 내 몸을 칭찬하는 의미에서 서대회 조림에 여수 동동주를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