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설

향토음식은 전통음식이란 개념보다 협의의 개념으로, 오랜 옛날부터 그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재료를 그 지역만의 독특한 요리법으로 만든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지역 특유의 기후와 토질, 지리적 조건 등의 자연환경에 순응하며 개발된 음식으로, 지역민의 의식 구조와 생활 양식이 오롯하게 담겨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여수의 향토음식은 해산물과 젓갈을 이용한 음식이 많은데, 특히 기후가 따뜻하기 때문에 음식의 간이 세고 고춧가루도 많이 쓰는 편으로, 어느 지역보다 음식의 가짓수를 많이 하여 한 상 가득 차려내 풍성한 맛을 음미할 수 있다.

  • 흰접시위에 조각낸 레몬과 함께 장식된 서대찜서대찜
  • 붉은빛 양념이 각종채소와 버무려져 흰접시위에 담긴 서대회무침서대회무침
  • 얼큰한 국물이 가득한 붉은 빛깔의 장어탕장어탕
  • 참장어가 얇게 썰어져 접시위에 가지런히 담겨져 있는 참장어 샤브샤브참장어 샤브샤브
  • 그릇에 담긴 피문어죽피문어죽
  • 싱싱한 개도마을참전복개도마을참전복

바다가 식탁 위로-해산물의 모든 것

해산물을 이용한 여수의 향토음식 중 어류를 이용한 음식에는 서대찜, 서대회, 참장어회, 참장어샤브샤브, 뼈꼬시, 군평서니(금풍쉥이)구이, 노래미탕, 바다메기탕, 피문어죽, 생선미역국, 장어탕, 장어구이, 장어볶음, 아귀찜 등이 있다. 조개류와 해초류를 이용한 음식에는 바지락꼬지, 굴구이, 톳두부무침, 우뭇가사리된장국, 청각무침, 매생이국, 고재비국, 고동회 등이 있다.

노래미는 지느러미와 비늘이 연하고 부드러워 칼로 쳐낼 필요가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는 바닷고기이다. 산뜻하고 담백한 국물맛이 자랑인 노래미탕은 여수가 아닌 다른 지방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여수 특유의 별미에 속한다. 노래미탕을 만들려면 먼저 노래미를 토막내거나, 통째로 맹물에 끓인 다음 국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고춧가루와 신선미를 돋우는 생 쑥갓을 곁들여 먹는다. 주로 여수 연안에서 잡히는 어종인 노래미는 뼈가 단단하여 이 뼈에서 우러나는 국물맛이 무척 담백하다. 여수 지역 사람들은 노래미 중에서도 보리가 익을 무렵 잡히는 보리노래미의 맛을 최고로 친다.

노래미탕은 단백질과 지방질이 풍부하여 해장국으로 아주 좋다. 예전에는 산모들이 산후 회복을 위해 끓여 먹는 미역국에 넣어 기름지면서도 시원한 노래미 특유의 맛을 음미했다고 한다. 노래미는 싱싱한 날고기를 뼈째 툭툭 썰어 양념한 된장에 찍어먹기도 하는데, 씹을수록 감칠맛이 돌아서 술안주로 그만이다.

피문어를 삶은 국물에 쌀과 대추를 넣어 쑨 죽이 피문어죽이다. 피문어는 전복이나 소라를 먹고 자라는 해산물로, 단백질이 풍부하고 나이아신과 타우린 성분이 많아 자양강장의 효과가 탁월하다. 이 때문에 여수 지역에서는 예부터 산후 조리식이나 허약 체질을 개선하는 음식으로 피문어죽을 애용하였다.

딱돔이라고도 부르는 군평서니(금풍쉥이)는 서대와 같이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여수의 특산품으로,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도 소개되는 어류이다. 생김새가 우락부락하게 생겨 별맛이 없어 보이지만 먹어 보면 삼삼하고 담백하며, 깊은 물 속에 살아서 뼈와 가시가 딱딱하여 살을 발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수 지역에서는 굴비보다 더 값지게 치는데, 우스갯소리로 '샛서방 고기'라고도 한다.

서대는 여수 지역에서 즐겨 먹는 생선으로, 맛이 담백하고 부드러우며 비리지 않아서 회, 찜, 매운탕 등으로 애용되고 있다. 특히 행사 상차림에 빠지지 않는 음식이기도 하다. 여수 지역에서는 서대 중에서도 참서대를 즐겨 먹는데, 서대회는 막걸리를 삭혀서 만든 식초로 무쳐야 맛이 일품이다.

뼈꼬시는 도다리나 볼락, 깔다귀(농어새끼), 빛감생이 같은 생선 중에서 어린 것을 골라 뼈째 잘게 썰어먹는 요리로서, 생선회 속에 어린 뼈가 들어 있어 보통의 생선회보다 조금은 거칠지만 그만큼 고소하고 진한 맛이 느껴진다. 철에 따라 쓰는 생선이 다르나, 도다리는 사시사철 기본으로 먹는다.

남해안 일원 청정 해역에서 4월 중순부터 10월 하순까지 생산되는 참장어는 육지의 뱀과 습성이 비슷하여 수온이 내려가면 갯벌 속이나 깊은 바다에서 동면을 한다. 단백질이 많아 오래전부터 보양음식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는데, 노화 방지와 동맥경화, 뇌졸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참장어는 주로 껍질을 벗겨 살만 발라낸 뒤 초장이나 쌈장에 찍어 양파와 함께 먹는다.

바다메기는 겨울철 여수 근해를 비롯한 남해안에서만 잡히는 생선으로, 입이 크고 아주 못생긴 물고기이다. 살이 무척 연해 싱싱한 메기로 국을 끓이면 살이 부스러지는 특징이 있다. 얼큰하면서 시원한 맛이 일품이어서 숙취 해소를 위한 해장국으로 많이 먹는다. 바다메기는 겨울철에만 잡히기 때문에 말려서 저장하는데, 말린 바다메기는 찢어서 고추장에 찍어먹기도 하고 불려서 찜이나 탕으로 요리해서 먹는다.

생선미역국은 내륙 지방에서는 잘 먹지 않는 음식이지만 여수에서는 즐겨 먹는 음식으로 시원한 감칠맛과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주로 흰살 생선인 노래미, 갈치 등을 이용하여 미역국을 끓인다.

여수의 가막만 전체가 굴농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여수 지역에는 굴이 흔하다. 얼마 전까지 회나 무침, 전 정도로 식용을 하다 요즘은 굴을 직접 구워 먹는 굴구이가 유행하고 있다. 청정 갯벌 지역이 많은 여수에서 굴 다음으로 유명한 것이 꼬막이다. 여자만 등 주로 여수시 서쪽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는 꼬막은 돌조개과로 새꼬막, 피조개와 함께 세 종류를 이룬다. 예부터 참꼬막은 제사상에 올리는 꼬막으로, 골이 깊고 겉에 털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새꼬막은 껍데기의 골이 가늘게 패인 것으로, 제사 때 쓰지 못한다 하여 똥꼬막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런 이유로 가격면에서도 참꼬막이 새꼬막보다 세 배 정도 비싸다.

바지락은 비타민 B₁₂를 비롯해서 칼슘과 철분이 풍부하고, 간 기능을 활발하게 하는 성분이 있다. 여수 지역 사람들은 바지락을 듬뿍 넣은 바지락 칼국수도 많이 먹지만, 엷은 소금물에 하룻밤 담가 해감시킨 바지락살을 꼬지에 끼워서 쪄낸 후 양념장을 발라 먹는 바지락 꼬지를 즐겨 먹는다.

톳은 씹을 때 오돌오돌한 느낌이 입 안을 깔끔하게 하며, 철분·칼슘 등 무기질이 풍부한 식품으로 고혈압과 변비를 예방하고, 스트레스 해소와 빈혈에도 도움이 된다. 여수 지역에서 즐겨 먹는 톳두부무침은 데쳐낸 톳에 으깬 두부를 넣고 갖은 양념을 하여 만든 음식이다. 매생이국은 물기를 뺀 매생이를 굴과 함께 참기름에 버무린 다음 볶다가 소금으로 간하고, 물을 넣은 후 다시 소금으로 간한 음식이다.

  • 접시에 담긴 고들빼기 김치고들빼기 김치
  • 접시에 담긴 군평서니(금풍쉥이) 구이군평서니(금풍쉥이) 구이
  • 빨간국물이 먹음직스러운 노래미탕노래미탕
  • 먹음직스러운 돌산 갓김치돌산 갓김치
  • 가스버너위의 전골냄비에 담긴 바다메기탕바다메기탕
  • 먹음직스러운 뼈꼬시뼈꼬시

독특한 여수 김치의 세계

동백꽃으로 이름난 여수 돌산도에서는 따뜻한 해양성 기후 때문에 품질 좋은 갓이 생산된다. 갓은 특유의 향과 매운맛을 가진 식물인데, 이 갓의 씨로 만든 것이 겨자이다. 단백질 함량이 다른 채소에 비해 높고 곡류에 부족한 무기질과 비타민이 많은 것이 특색이다.

특히 돌산도에서 생산되는 갓은 톡 쏘는 매운맛이 적고 잎의 섬유질이 거의 없어 부드러운데다가 독특한 향을 가지고 있어 여수 지역 사람들은 예부터 돌산갓알타리김치, 돌산갓오이쌈김치, 돌산갓물김치, 돌산갓다시마물김치, 돌산갓배추물김치 등을 만들어 먹었다. 또한 돌산갓김치산적, 돌산갓나물, 돌산갓시루떡 등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전라도 동부의 산간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는 고들빼기는 특히 여수 지역 인근에서 나는 것이 가장 맛이 좋은데, 쌉쌀한 맛과 향이 마치 인삼 같다고 하여 인삼김치라고도 한다. 봄철에는 어린 잎을 따서 생채로 먹고 쌈의 재료로도 이용된다. 고들빼기에는 단백질, 지질, 탄수화물, 섬유질, 칼슘, 철, 카로틴, 비타민 등이 함유되어 있다.

쪽파는 산성 식품으로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위장 기능도 도와주는데, 주로 돌산도에서 많이 생산되고 있다. 비타민 A, B₁, B₂, C, D, E가 풍부하고, 특유한 향기는 유화알릴 성분으로 진정 작용이 있다. 식욕 증진, 발한, 소염, 해열 작용이 뛰어나 냉증, 감기 예방에 효과적이다. 김치용 쪽파는 중간 크기로 흰 부분이 많으며 길이가 짧고, 겨울에서 봄에 걸쳐 나오는 것이 맛이 좋다.

시금치는 여수 돌산도의 노지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으며 10월부터 이듬해 4월에 걸쳐 가장 많이 난다. 겨울을 지낸 시금치는 달콤한 맛이 강하고, 비타민 A와 C가 많으며, 특히 항빈혈성 비타민인 엽산을 함유하고 있다. 시금치에 들어 있는 칼슘은 지방의 체내 흡수를 감소시켜 주기 때문에 고혈압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주로 나물로 만들어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돌산도에서는 밤과 굴 등을 넣고 밀가루 풀을 섞어 김치로도 담아 먹는다.

파래김치는 해안 지방 특유의 별미 김치이다. 파래와 물김의 물기를 뺀 후, 채로 썰어 소금에 절인 무와 고춧가루, 소금(액젓), 간장, 마늘과 파를 넣어 버무린 다음 항아리에 넣어 서늘한 곳에 보관하고, 먹을 때마다 참기름을 뿌려 먹는다. 파래에는 칼슘, 철분, 비타민 A, B₁, B₂ 등의 함량이 많고 독특한 향취가 있다.

참고문헌

  • 『내 고장 여수』 (여수시, 1995)
  • 『관광여수의 맛자랑』 (여수시농업기술센터, 2001)
  • 김경애, 『한국의 전통음식』 (전남대학교출판부, 2004)
  • 정낙원, 『향토음식』 (교문사, 2007)